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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5-12 09:57:27

윤수하 시인, 세 번째 시집 ‘숨 속의 숨’ 펴내


... ( 전북교육신문 제휴 ) (2024-02-21 11: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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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서는 재생(再生)은 가능할까?
삶은 죽음을 향하고 결국 무(無)에 도달하겠지만 그 ‘무’로 끝나 버리지 않는다. 생명은 윤회한다는 원론적인 얘기가 아니다.
윤수하 시인의 세번째 시집 ‘숨 속의 숨(천년의시작·1만1천 원)’이 출간됐다.
그는 삶의 모든 국면에 죽음이 있으며 죽음을 어떻게 자기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재생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 삶 속에는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
시집 첫 머리에 실린 ‘재생의 비법’은 발톱이 닳아진 독수리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자기화하면서 재생하는 방도를 모범적으로 보여 준다.
노쇠한 독수리가 역설적으로 재생의 힘을 드러내듯이 사회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재생의 힘을 드러낸다고 여긴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시 쓰기를 가르쳤다. 가족에게, 세상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

“애인을 지키려 주먹을 휘둘러/수갑을 차고 가던 마지막 제자의/수인번호가 기일 같아”(‘늙은 복서’ 일부)

“우리 아버지는 밭일하고 돌아오다가/고랑에 빠져서 죽었어요./손뼉을 치며 웃었다./술에 취해서 일어나지 못했대요./눈에는 눈물이 고였는데 말이다./여자는 숨넘어가게 웃으며 말했다./사람들이 내가 안 웃으며 시집도 갈 수 있대요./그런데 웃음이 멈추지를 않아요.”(‘웃는 여자’ 일부)

“빛의 산란 속에서 알을 낳는 물고기처럼 여자는 자꾸만 강물에 아이들을 흘려보냈어./여자가 살았다던 섬마을을 찾았지. 파란 대문, 쓰러져 가는 먼지 쌓인 방에 여자와 아이들 사진이 있었어. 사진속 아이들은 물고기처럼 빛나게 웃고 있었어”(‘거짓말’ 일부)

문학평론가 이성혁은 “아픈 영혼을 가진 이들의 삶이 시를 통해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게 됐다”며 “윤수하 시인은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통해 그 흔적을 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순영 문학평론가는 “윤수하 시인 시를 읽으며 삶을 끌어안는 일. ‘계속-다시’ 사는 일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그것은 삶에 대한 시적 주체의 사랑과 경외를 증명하는 표지들 덕분이다”고 했다.
현재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인 시인은 저서로 시집 ‘틈’(2014년),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2018년)와 연구 서적 ‘이상의 시, 예술매체를 노닐다’(2018년)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