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가시적인 주변 환경을 소재로 작업하는 것에서 출발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인류의 기원과 생물학적 원천으로 관심을 확장해 왔다. 한국화의 수묵 작업은 다양한 재료 실험을 거쳐 아크릴과 오일, 닥종이의 질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2019년까지 전개된 ‘전생연구’ 연작을 통해서 작가의 시적이고도 추상적인 작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의 시각적 경험의 과잉 속에서 한지 작업을 통해 촉각적인 경험을 환기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촉각성에 집중하여 과잉된 시각성의 시대에 새롭고도 직접적인 삶의 감각을 불러오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박성수 작가는 최초로 ‘닥종이 입체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입체 작업들은 인체를 닮아 유기적이고도 추상적인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닥종이 특유의 질감으로 완성된 표면의 촉각성이 두드러진다. 이에 더하여 작가 본인 신체의 행위에 집중한 수묵 작업들이 함께 전시되어 평면 작업에서도 움직임을 읽어내도록 관람객의 이목과 감각을 이끈다.
조재휘 미술평론가는 “박성수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인 닥종이 입체 작업들은 먹으로 그려냈던 드로잉에 촉각성을 덧입힌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닥종이 입체작업들은 뼈대나 프레임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피부이고 살(flesh)이다. 이처럼 박성수는 몸이라는 스펙터클을 해체하고 촉각이라는 가능성을 통해 재구축한다”라고 평했다.
박성수 작가는 현재 전남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성수 작가는 ‘전생연구’(서신갤러리, 2021), ‘촉각공간’(디오차드, 2023) 등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전북 청년작가 선정전’(전북도립미술관, 2016), ‘한국화 새물결’(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2022)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 국내외 유수 기금 사업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창작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