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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청소년, 수치나 통계 아닌 삶으로 고민해야


... 문수현 (2013-11-01 11:17:40)

정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 해마다 6~7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청소년 시기를 학교 밖에서 보낸다고 볼 때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은 30~50만 명에 달한다.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지난 3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청소년단체와 교육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 상정까지 오는 19일 법안심사소위 최종 심의만을 남겨둔 이 법안에 교육단체와 청소년들은 왜 반대하고 있는 걸까.

법안은 △ 학교 밖 위기 청소년의 복교, 대안학교 입학, 검정고시 등 “학업 복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 학업중단 청소년의 가족관계 지원, 적성 및 진로 지원 △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을 위한 “학업중단청소년 지원센터” 지정 운영 △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필요한 각종 자료 또는 정보의 효율적 처리와 기록 관리 업무의 전자화를 위하여 정보시스템 구축과 운영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65개 교육 및 청소년, 인권단체들의 협의체인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이미 지난 8월에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대안교육연대>와 함께 '법안의 폐기를 촉구하는 교육·인권·청소년단체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정의부터 논란의 대상이다. 법안은 제2조에서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취학 의무를 유예하거나 제적·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즉 "정규 학교에 다니기를 중단한" 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학업을 포기한 것이라는 단정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취업 또는 사회활동, 비인가 대안학교 재학 등 학교 밖 청소년들의 배움의 형태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학업중단 청소년'이라는 명명 자체가 폭력적인 셈이다.

결국 학교 밖 청소년들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정규 학교에 다지니 않는 청소년’들을 다시 공교육으로 불러들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진정한 지원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업중단청소년지원센터 지정’을 내용으로 하는 제9조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각 지자체가 상담복지센터를 통해 이들을 지원해오고 있고, 서울 광주 경남에서는 조례를 통해 전문적인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지원센터들에 대한 지원이나 보완책 없이 입법을 통해 새로운 지원센터를 만듦으로써 혼선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단체들은 부족한 지원체계 뿐 아니라 정보시스템 구축은 더 문제라고 진단한다. 제11조의 ‘정보시스템 구축’이나 제12조의 ‘정보시스템 운영 전담기구 설립’ 조항은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넓은 범위의 자료를 포괄적으로 수집해 시스템을 구축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법안을 ‘탈학교 청소년 사찰악법’이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단체들은 “학교 밖 청소년의 수치나 통계가 아닌 ‘삶’을 고민하는 진정한 지원”을 위해서는 상정된 법안을 일단 폐기하고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열린 논의의 장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문가들과 국회 소위 내부에서조차 학업중단 학생에 대한 학교생활기록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입법형식과 관련해서 청소년복지지원법을 개정 보완하는 방식에 대하여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률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될 청소년 당사자들도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학교+너머 운동본부> 학교밖청소년팀의 어쓰 활동가는 “대안학교 학생과 거리 청소년 등 ‘학교 밖 청소년’들이 최근 모임을 갖고 법안에 반대하는 당사자선언을 5일 발표하기로 했다”며 “법안에 반대하는 항의방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진정한 지원법을 만들어내자는 취지에서 ‘(가칭)학교밖청소년네트워크’ 모임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