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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4-16 14:38:24

<사람> 전북무형유산 색지장 김혜미자


... ( 전북교육신문 제휴 ) (2024-10-07 19: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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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가 전통 한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 주인공 돼야-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서울에서 전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 종이문화재단 노영혜 이사장, 신탁근 전 온양민속박물관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전주에 내려오셨습니다. 한지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데 관련 기록이 많은 전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전통 한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를 향한 구체적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전북에 한지공예 씨앗을 뿌리며 40년 가까이 한 길만을 걸어온 무형유산(색지장) 김혜미자 명인에게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는 이제 ‘숙명적 사명’이다.

‘한지가, 고운 색종이가 좋아서 공예의 길로 들어섰다’라는 그가 색지공예의 근원인 ‘한지’ 자체에 관심을 가기 시작하였을 때는 완주 대승한지마을 승지관장으로 일하던 2013년. 그해 5월에 열린 제17회 전주한지문화축제가 마련한 ‘대한민국 한지 명인 명품전’을 승지관 에서 열기로 하면서 여러 명인과 그들의 손을 거친 한지를 만나게 되면서였다. 염색된 한지나 한지를 염색해 사용하던 그가 단순한 공예가를 넘어 한지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닥나무가 아흔아홉 번의 손을 거쳐 그 얇고 투명하고 질긴 한지로 만들어지는 경이로움이 거기 있었다. 찰랑거리는 청아한 소리를 내는 장인들의 한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주었다. 나는 그 한지들을 마주하면서 우리한지의 멋스러움의 근원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가를 알게 됐다.”<『천년의 시간 천 번의 손길-한지 장인을 찾아서』 김혜미자 ‘서문 일부 >

그는 ‘대한민국 한지 명인 명품전’을 마친 다음 해 5개월 동안 전국에 있는 여러 한지 장인들을 만나 작업과 삶을 인터뷰했다. 2014년 9월에 펴낸 『천년의 시간 천 번의 손길-한지 장인을 찾아서』에 장인들의 숨결이 담긴 전통 한지의 가치를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담아냈다.

책이 나온 지 10년째인 올해 4월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대표목록에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 등재를 위한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했다.

문화재청의 등재 신청에는 한지 관련해 많은 전문가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2021년 12월 발족한 재단법인 한지 살리기 재단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2018년 한국 산사 7곳과 서원 9곳의 등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신탁근 전 온양민속박물관장, 종이문화재단 노영혜 이사장, 최현사 사무국장 등이 함께하고 있다.

그는 현재 전북에서 유일한 한지 살리기 재단 자문위원이다.
전북의 대표적 한지공예가로 인정받았지만 반면에 전북에 등재를 논의할 한지 장인 없다는 간접증거기도 하다.

“전주에 한지를 뜨는 장인이 없다 보니까, 공예가가 이 전라북도 일을 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한 정신적 부담이 컸습니다. 전주에 한지 생산하는 문화재 장인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습니다.”

전통 한지와 장인에 관한 관심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가졌으나 막상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라는 큰일 앞에서는 자신이 너무 작아 보였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한지 관련 세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했고 이를 통해 맺어진 인연을 통해 한지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갔다. 특히 전주한지 역사 공부를 빼놓을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중국 황제에게 전주한지를 선물했다는 기록 같은 것이 있기에 (전주한지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북에 있는 사학자들. 이동희 교수, 조법종 교수, 이태영 교수 등 여러 학자와 자주 만나 공부했습니다. 시간 쪼개서 그분들과 교류하면서 한지의 뿌리가 이 지역임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힘을 얻었습니다.”

전통 한지를 공부하며 한지살리기 재단과 소통을 이어 오던 그에게 올해로 3회를 맞는 ‘한지의 날’ 기념식은 각별하다. 지난해 기념식에 이어 전주 한지의 전통과 미래를 한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움과 전주시의 관심으로 한지의 날 기념식을 전주에서 하게 된 것에 대해서 보람으로 느낍니다. 특히 전북에 한 명도 없던 한지 제조 무형유산 보유자 인증이 드디어 7일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에 무형유산 보유자가 된 최성일 지장과 박갑순 지호장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참 기쁜 일입니다. 전주가 한지의 본고장으로 인정받고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에 앞장서는 주인공이 되는 날입니다.”

10일 오후 전주 라한호텔에서 열리는 ‘한지의 날’ 기념식은 ‘전통 한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라는 그의 소망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