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채용시험에 최종합격한 스포츠강사가 계약체결 하루를 앞두고 학교장과의 계약을 스스로 포기했다.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 배정돼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있던 김씨는 계약서 작성시한을 하루 앞둔 25일 “스포츠강사로서의 마지막 자존감마저 상실했다”며 “더 이상 아이들 앞에 설 용기가 없어 계약을 앞두고 계약포기를 학교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심경을 정리한 A4 한 쪽짜리 글에서 김씨는 “외면과 침묵으로 일관한 교육감이지만 마지막 희망을 안고 출판기념회를 찾아가고자 했다”면서 “도교육청 장학관이 만나자고 연락해와 ‘이제 우리 목소리를 들어 주려나’ 하는 희망과 두려움을 안고 면담에 응했다”고 지난 20일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도교육청 간부들을 만난 뒤 김씨의 기대는 무너지고 자존감은 크게 추락하고 말았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러 간 자리에서, 22일 있을 교육감 북 콘서트에서 집단행동을 하면 일자리를 박탈시켜 버리겠다는 위협 앞에 서야 했다”며 “작은 희망마저도 무참히 짓밟혀버린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김 교육감이 최근 펴낸 책 <김승환의 듣기여행: 경청>을 인용하면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신뢰이고 자신의 것을 빼앗기면 항의하는 것이 인권이라 했는데,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내몰렸다가 다시 찾은 일터마저 공공기관의 권력에 의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 자신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어떤 노력이 의미 있을지 모르겠다”며 절망스러워 했다.
그는 또 “6월에 대량감원이 예정됐을 때 적절히 상황을 설명해 스포츠강사들이 생계대책을 세울 여유라도 주었더라면 몸도 마음도 이만큼 힘들진 않았을 것”이며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사명감과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310명 초등 스포츠강사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배려하고 존중해 주었더라면 이만큼 비참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서러워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입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전북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의 아버지이지만 전북교육청이 이끌고 가는 교육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스포츠강사 집안의 일원인 김씨는 계약포기를 결정한 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전북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중등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해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초등 스포츠강사로 일해 왔다.
지난해 말 전북교육청이 스포츠강사 전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수령확인 서명을 요구하는 등 사업폐지 수순을 밟자, 전북 스포츠강사 비상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일해 왔다.
동료 스포츠강사 김모씨는 그가 “지나칠 정도로 처신이 신중했으며 혹여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극히 조심하는 성향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