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건설 저지’ 농성장이 강제 철거됐다. 권력이라는 ‘거인’의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데 희생양이 되고 있는 밀양의 비극. 이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친교의 자리가 마련됐다.
“밀양 할머니들과, 폭력에 지치고 상처 입은 우리 마음을 토닥이는 시간”
“밀양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 ‘사탕고래(박슬기)’씨의 말이다. 그가 ‘토크콘서트’ 형태의 이 모임을 제안했고 ‘인권/대안/실천/연대를 위한 학생모임 동행’의 원광대학교와 전북대학교 회원들이 함께 준비했다. 카페 <빈센트반고흐>도 조건없이 흔쾌히 장소를 내줬다.
모임 이름은 “토닥토닥 밀양과 ‘나’-이제 우리가(!) 할매 손을 잡아요!”로 했고, 20일 오후 7시 30분으로 잡았다. 관심 가진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자리다.
밀양의 현실과 실천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상영이 있고, 밀양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야기는 대략 세 주제로 나뉠 듯하다. 첫째, 왜 하필 (서울이 아닌) 밀양인가? 둘째, 밀양 사태의 핵심은 원전문제로 보아야 한다. 셋째, 송전탑 강행 과정에서 권력의 불법성과 폭력성이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박슬기씨가 기타 반주로 창작곡 <밀양> 등을 노래할 예정이고, 참석자들도 누구나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다. ‘할매’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도 뒀다.
모임을 제안한 박슬기씨는 “두어 번 밀양에 갔었고,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게 몹시 마음이 아팠다”며 “농성장과 할머니들이 지금도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린 죽으면 그만이지만 어린 너희들을 위해 싸운다던 할머니 말씀에 많은 생각을 했다”며 “후쿠시마와 밀양을 경험하면서 원자력발전은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너무도 절박한 문제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노래 <밀양>의 가사처럼, 권력이 저지른 것은 밀양 주민들의 생활/생명의 뿌리를 파헤치는 행위다. 폭력에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이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도 적대적인 권력에 맞서는 하나의 방편일 터이다.
○ 밀양 (사탕고래 박슬기 작)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내 어미와 누이와 딸이
웃고 울며 생을 누리는 땅
이곳, 나의 모든 것
어느날 거인이 말했네
네 존재는 너무 작으니
나를 위해 사라져도 좋아
네 모든걸 삼키리라
지나간다 거인의 발자국은
지나간다 내 삶을 짓이겨
내 생의 뿌리보다 더 깊이 와박힌
거인의 거대한 죽음의 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