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불평등화 과정을 연구하면서, 우리 사회가 약 30년의 시차를 두고 미국 사회가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시론 ‘분배문제, 절대로 미국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글에서 “레이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이 시작된 것이 1980년이었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MB정부에 의해 그와 비슷한 실험이 2008년에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미국은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정리가 된 상태이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 실패의 결과는 어떨까?
이준구 교수는 “소득분배의 불평등도가 극심한 나라의 예를 들어보라고 하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를 들지만,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재는 지니계수(Gini index)를 비교해보면 미국이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들 중 상대적으로 불평등도가 더 큰 나라와 비슷한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1930~40년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New Deal)정책으로 인해 확립되었던 평등화의 기반은 미국의 승자독식(winner-take-al)의 불평등한 사회로 대체되었다.
이준구 교수는 이러한 미국사회의 불평등성에 대해 연구하면서 한국의 경제가 “약 30년의 시차를 두고 미국 사회가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 중 상대적으로 불평등도가 더 큰 나라와 비슷한 규모의 불평등화가 진행된 이유를 1970년대부터 미국의 보수적 세력이 보수 이념의 확산을 통해 1980년대에 이르러 소위 레이건의 혁명이라는 정치적 승리를 거둔 데서 찾고 있다.
1970년대의 미국 경제는 석유파동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과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약화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었고 보수세력은 과감한 감세, 정부지출 축소, 그리고 규제완화를 통해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해법이라는 이념적 공세가 우세화되면서 시도된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미국을 불평등한 사회로 만들었다.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의 바탕은 보울리 법칙의 ‘자본과 노동이 가져가는 몫은 일정하다’는 주장에서부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쿠즈네츠의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는 분배가 악화되지만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분배가 개선된다”는 가설, 또한 ‘역U자 가설’, “시장에서 자본이나 노동은 생산에 기여한 만큼 보수를 받게 된다”는 ‘한계생산력설’ 등을 기초로 “정부가 함부로 분배 문제에 개입하면 성장을 방해해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정설 들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피케티는 방법론적으로는 200~300년간 유럽과 미국 등 20개 나라의 소득, 세금, 성장률 등의 장기 시계열 자료를 활용했다. 이는 방대한 자료이며 쉽게 부정할수 없는 장기 통계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R은 G보다 크다'라는 명제를 <21세기의 자본>이라는 저서를 통해 발표했으며 이러한 명제로 전 세계를 지배해온 보수적 관점의 경제이론 프레임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충분하며 그 영향은 크게 작용할 것이다.
피케티의 한국어 번역판은 9월에나 나올 예정이며 원서를 먼저 읽은 여러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 정리해놓은 글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자본의 수익률(Rate of Return on Capital)이 성장율(Rate of Growth)보다 크기 때문(R>G)에 성장의 열매는 자본을 보유한 사람의 주머니로 더 많이 들어가고, 사회는 결국 99.9대 0.1로 양극화할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자본소득분배율(α), 부/소득 비율(β), 자본수익률(r), 저축성향(s), 국민소득증가율(g)의 5가지 경제변수를 토대로 자본주의 첫번째 기본법칙인 α=r×β, 자본소득분배율(α)=자본수익률(r)×부/소득 비율(β)과 두번째 기본법칙인 β=s/g, 부/소득 비율(β)=부/소득 비율이지만, 경제학의 Steady state(비교적 안정된 상태) 상황에서는 저축률(s)/성장률(g)로 수렴하고 만약에 성장률이 4%, 저축률 20%로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Steady state라면 부/소득 비율(β)은 저축률(s) 20%/성장률(g)4%로 구해진다. 이 경우에 ‘부/소득 비율(β)= 5’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피케티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지난 5월 20일에 발표한 ‘피케티 비율과 한국’이라는 글을 통해 5월 14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국민대차대조표 공동개발 결과’(잠정)에서의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국부)은 1경630.6조원으로 국내총생산(1377.5조원)의 7.7배로 추계(잠정)된다”는 수치를 피케티의 정의대로 다시 계산하여 발표했다.
그러한 결과치로 정태인 원장은 “한국의 β는 약 5.6”이며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노동소득분배율(1-α)은 60% 정도니까 한국의 α는 약 40%”로 “한국의 r(=α/β)는 약 7.1%”이 되는데, 이 수치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한국의 β는 일본과 이탈리아 다음이고 α는 세계 1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행과 통계청 보고서의 부록을 보면 2000년 이후 이 수치가 대단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불평등은 선진국 어느 나라보다 더 빨리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피케티 비율이 의미하는 바는 “미래의 우리 모든 아이들이 전부, 희망이 없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갇혀버리는 신세가 될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피케티의 주장처럼 ”과감한 자산재분배와 소득재 분배가 답이다”라고 정태인 원장은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