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학교에서 벌어지는 체벌이나 언어폭력 실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가운데, 학원에서도 그 같은 폭력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기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가 수원지역 청소년 학원생 30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학원에서 강사 등에 의한 신체적 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한 경우가 응답자 4명중 1명꼴인 25.3%에 달했다.
폭력의 유형 가운데는 ‘꿀밤’ 등 머리를 때리는 경우가 25.5%로 가장 많았고, △회초리 등 도구로 때림(23.9%) △엎드려뻗쳐 팔굽혀펴기 손들고서있기 등 기합(21.3%) △손발로 때림(17.6%) △기타(11.7%)로 뒤를 이었다.
신체적 폭력의 구실은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게 31.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각 또는 결석(19.9%) △떠들어서(18.5%) △성적이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아서(16.2%) △기타(14.4%) 순이었다.
이처럼 학원에서 체벌이나 기합을 포함한 신체적 폭력이 만연해있는데도 피해자 중 45.5%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폭력에 대해 부모 또는 보호자가 알고 있느냐는 설문에 57.9%가 ‘모르고 있다’라거나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알고 있다’는 응답도 42.0%에 달했다. 체벌 사실을 알면서도 학원에 보내거나 이를 묵인한다는 얘기다.
최근 1년간 학원에서 강사 등으로부터 욕설이나 막말 등 언어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한 경우는 신체적 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한 경우보다 조금 더 많았다(25.9%).
역시 숙제를 해오지 않아서(25.6%)가 가장 큰 이유였고, 떠들어서(25.1%)라는 이유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어 △지각 또는 결석(19.5%) △성적(16.9%) △기타(12.8%) 순으로 신체적 폭력의 구실과 비슷했다.
언어폭력에 대해서도 항의하거나 부모/보호자에게 알리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27.1%).
이 같은 학원 체벌과 언어폭력에 대해, 설문에 응답한 학원생들 79.0%는 그 같은 폭력이 있어도 된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열 명 중 일곱 명꼴인 69.7%는 체벌이나 언어폭력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더라도 계속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54.8%는 그 같은 폭력을 겪을 때 수치심이나 공포심을 느낀다고 답했고 48.8%는 (자신의) 잘못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48.2%에 달했다.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 때문에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는 응답도 38.9%였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학원에 다닌다는 응답자는 12.3%였다. 또한 학원을 자신이 원해서 다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3.6%로 상당히 높았다.
한편, 응답자들이 직접 적어낸 인권침해 사례로는 쉬는 시간이 없다거나 강제로 학원에 남기는 것, 수업을 연장해 하는 것, 주말에 강제로 불러내는 것이 많았다. 일부 학원생들은 특정 학원에서 폭력이 많이 일어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체벌동의서를 받아두는 학원도 있었다.
조사 단체는 “이번 조사에 따르면 약 25~30%의 학원생들이 체벌과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약 12%는 상당히 높은 빈도로 경험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실태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단체는 하지만 “체벌이나 언어폭력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특정 학원들에 다니고 있는 응답자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오는 경향을 보였다”며 “반인권적 문화와 관행이 심각한 일부 학원에 대해 직접 조사하고 단속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학원이 사실상 강제 학습의 장소가 되지 않도록, 강제로 학원을 보내는 문제부터 학원에서 약속한 시간 외에 학습을 강요하는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