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들이 전북교육청 점거농성을 풀었다. 전북교육청과 면담을 통해 고용안정을 보장받았다고 여겨서다. 영전강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터넷 카페에는 ‘고용안정을 이뤄냈다’며 자축하는 내용이 실렸다. 영전강들은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영전강이 해산한 직후, “기존 방침을 수정하기 않기로 했다”며 “영전강이 도교육청의 원안대로 합의하고 해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전강 및 노조와 도교육청의 해석이 완전히 엇갈리는 셈이다.
전북교육청은 영전강 해산 직후인 31일 오후 6시 30분경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영전강 강사들은 도교육청이 기존에 보낸 공문(2015년 1월 23일자)의 내용인 ‘영어회화 전문강사 채용 수업시수가 1주일에 15시간 이상 가능한 학교는 채용을 연장한다’를 수긍하고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어 “이는 주당 책임수업 시수 중에서 영어 정규수업을 최소 15시간 이상 확보한 학교만 채용하거나 재계약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육부가 정규수업에서 최소 18시간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지침보다도 도교육청은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는 입장도 반복했다.
이에 대해 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도교육청에 보도자료를 정정해 배포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노조 지도부와 전북교육청의 ‘협의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노조는 전북교육청 주장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도교육청과의 신뢰문제를 감안해 협의는 구두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해당 과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 및 지부장 사이에서 이뤄진 '협의'의 결과는 세 가지다.
이에 따르면 첫째, 전북교육청은 영전강제도에 대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정리해고를 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으며 해고예방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둘째, 3기 영전강의 4년 계약이 만료되어 재채용되는 학교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되어 일자리가 없어지는 학교는 소수(중등3교, 초등12교)임을 확인했으며, 해당학교에 대한 고용유지 노력도 지속하겠다는 약속을 (전북교육청으로부터) 받았다.
끝으로 1·2기 영전강은 영전강제도의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채용당시의 기준에 따라 고용이 유지되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이 세 가지 ‘협의결과’를 두고 전북교육청과 노조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노조는 전북교육청이 전향적인 태도와 안을 내놨다고 보는 것이고, 전북교육청은 영전강들이 이해하고 수용해 물러섰다는 입장인 셈이다.
합의가 아닌 협의기 때문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의미가 크다. 또 내용 자체가 서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을 여지를 적잖이 남긴다. 어찌 보면 농성 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영전강 전국 본부장 등 3명이 ‘영전강 채용 가이드라인 개악 철회’를 요구하며 도교육청 옥상을 점거하는 초강경 전술을 펴고도 단 하루만에 농성을 스스로 푼 데 대해 일부에선 야릇하게 여기기도 한다.
전북교육청이 여론에서 더 궁지에 몰리는 사태는 노조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노조 지도부가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일부에선 전북교육청이 약자의 불안함을 협상에 이용하는 기만책에 능숙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전북교육청은 “일부 언론에서 9층 농성자들에게 도교육청이 담요와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교육청은 초기에 9층 로비[옥상] 점거 중인 3명에게 담요를 제공하였으나, 농성자들이 담요보다는 침낭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 쪽에서 침낭을 제공했을 경우 장기농성의 가능성 때문에 물품 반입을 막아 제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영전강들은 30일과 31일 사이 6시간이나 침낭이 아니면 담요라도 옥상 농성자들에게 어떻게든 전달하려 했다. 119구급대의 환자용 담요 2장이 전달된 것은 장시간 실랑이가 있은 뒤였다. 경찰도 막았고 도교육청 직원도 막았다. 하지만 서로 통제하는 관계가 아닌 경찰과 도교육청 두 기관이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