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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율선발권 대통령 언급 ‘경계’


... 문수현 (2015-04-09 15:43:35)

박근혜 대통령이 “대학이 학생 선발 자율권을 갖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전북교육공동연구원(이하 공동연구원)이 9일 “공교육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야 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공동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대학과 일부 사교육 단체들을 중심으로 소위 ‘물 수능’을 빌미로 대학 독자적인 선발 평가 중심의 본고사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이제 현장에 겨우 정착 단계에 있는 고교 교육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매년 수능 난이도와 변별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지난 2년간은 수능 출제 오류가 반복됐다”며 “교육부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변별력 측면에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3월 31일 정부가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나온 얘기다.

이에 대해 공동연구원은 지난해 2015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B형 만점자 비율이 4.30%나 되고 영어 만점자도 3.37%나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변별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 것에 대한 반응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공동연구원은 그 같은 분석은 과거 ‘대입=정시=수능’이라는 단순 공식을 바탕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실제로 2016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수능 중심인 정시(33.3%)에 비해 수시(66.7%)가 차지하는 비율이 2배 이상으로 높다.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의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 최저 등급이 없거나 비중을 최소화한 학생부 종합 중심 전형의 비중이 2015학년도(29.75%)에 비해 2016학년도(33.11%)에 크게 증가했고, 이러한 학생부 종합 전형 선발 학생들에 대한 만족도가 정시 선발 학생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실시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과거 국·영·수 중심의 입시 중심 교육과정이 학생 중심의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연구원은 “점차 교육현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으로 ‘인내’와 ‘꾸준함’, ‘꿈’을 많이 강조하고 있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대학들은 ‘학생 선발권’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대학 본연의 업무인 학생 교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공동연구원에 따르면, 대학들은 가장 많은 핑계로 수학과 과학, 특히 물리 과목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수학과 과학에 대한 학업성취도는 지금도 OECD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자꾸만 이 분야의 학력 부진만을 빌미로 본고사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연구원은 성명에서 “(변별력이나 일부 과목에서 학업성취도 문제는) 현행 대학 선발 시스템 아래에서도 과목별 내신 가중치의 부분 조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는 대학에 부여한 자율권이 또 하나의 본고사가 되거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대학은 설립 취지와 사회적 수요에 맞춰 공교육과 연결되고 사회적 공감도 얻을 수 있는 학생 선발 방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만으로 일명 본고사로 불리는 대학별고사가 쉽게 부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학 자율선발권 주장이 오래된 만큼 본고사 부활에 대한 우려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학 자율선발권의 순수한 형태가 대학별고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별고사가 부활하면 학원은 물론 학교에도 특정 대학 입시반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되고, 학교교육은 대다수 학생들에게 동일한 내용을 교육하기 어려워지고 자연히 공교육의 성격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돈으로 입학을 사고파는 것으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받는 기부입학제도 언제든 대학에 의해 다시 고개를 내밀 수 있다.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어가 ‘꿈과 끼’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대학 자율선발권’ 언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