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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장애 학생 외면하는 교육당국


... 문수현 (2016-06-28 02:38:42)

소아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건강장애 학생들이 교육받을 당연한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건강장애 학생들에게 지원해오던 실시간 화상강의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원격 녹화강의 시스템(인터넷사이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위기에 놓였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건강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 의무는 시·도교육청에 있다”며 10년째 이어오던 특별교부금을 주지 않기 시작하면서, 교육재정의 위기가 이들 건강장애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양상이다.

지난 23~24일 교육부는 전주 르윈호텔에서 전국 건강장애 학생 지원 담당자 워크숍을 열었다. 전북교육청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직원들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특수교육담당 장학관과 장학사, 특수학교 교원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건강장애 학생 지원 사례 발표와 소아암·백혈병에 대한 특강이 있었지만, 핵심은 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해 개발하고 있는 원격수업 지원 시스템 구축 현황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이날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발표를 통해, 지난 3월초부터 내년 2월말까지 1년간 원격수업 지원 시스템을 개발해 시험운영을 마치고 3월부터는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는 교육부 계획을 소개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건강장애 학생들이 화상강의에 실시간 접속하는 비율이 낮다며 원격수업 시스템이 이를 보완해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격수업 도입 후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을 어떻게 어루만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진호(가명·13)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소아암을 앓아 6학년인 지금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진호 어머니는 “학교에 가기를 너무나도 바라지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가지 못했다”며 “꿈사랑학교 화상강의가 있었기에 어떤 사교육도 없이 지금의 우리 아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둔 또 다른 학부모는 “엄마, 오늘 친구들과 (꿈사랑학교)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라고 말하는 아이 앞에서 학교(화상강의)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차마 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전주에서 개최된 공무원 워크숍에는 전국 각지에서 생업과 자녀 간병을 미루고 새벽부터 출발한 건강장애 학생 학부모 100여명이 모였다. 원격강의 시스템을 안내하는 시간에 이들 학부모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자 일부 공무원은 “명백한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화상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점과, 원격강의 시스템이 일방적인 교수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참석자 누구에게서도 이론이 없었다. 학부모들은 원격강의에 대해 “건강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방법이라고 교육자라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교수법”이라며 항의해 왔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원격강의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결국 예산절감 목적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교육부는 특수교육법이 개정돼 건강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이 법제화된 2006년부터 10년간 특별교부금으로 화상수업 예산을 지원해왔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시·도교육청에 건강장애 학생 지원 의무를 다하라며 지원업무를 이양하겠다고 예고했다.

워크숍 이튿날인 25일 국민일보가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 두 번 울리는 교육당국’ 기사에서 교육부가 건강장애 학생 화상강의 지원금을 올해 시·도교육청에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보도하자 교육부는 27일 해명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교육부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5조, 제17조에 의거해 교육감은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특수교육대상자(건강장애 포함)로 선정해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시·도교육청은 건강장애학생을 위한 예산확보로 교육 지원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또 “(시·도)교육감은 만성질환으로 인해 3개월 이상의 장기입원 또는 통원치료 등으로 학교생활 및 학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건강장애학생(특수교육대상/총 1935명)으로 진단·선정해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년간 화상수업 예산을 지원한 데 대해서는 “2006년 당시 시·도교육청의 건강장애학생 지원 기반이 취약했던 상황을 고려해 국가시책사업(특별교부금)으로 건강장애학생 교육지원 사업을 추진해 2015년까지 10년간 예산을 지원했다”며 “이후 시·도교육청이 건강장애학생 지원 의무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지원 기반을 마련하도록 독려하고 2013년부터 시·도교육청에 이양을 예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어 “작년에 본격적인 지방이양을 위한 예산 확보 사전 조사 결과 준비가 부족한 교육청(10개)이 나타나 이들 교육청에 24억을 추가 지원했고 2016년에 다시 시·도교육청 자체 예산 확보 현황 조사(2015년말 사전조사)를 통해 17개 교육청 예산 확보 계획을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육부가 화상수업 예산을 삭감하자 시·도교육청도 화상수업 지원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5월 5개 시·도교육청이 지원금을 삭감했고, 당시 지도교육청이던 부산교육청은 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학부모들의 거듭된 질문에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교육연구사는 “원격강의로 화상수업을 대체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을 불식하진 못했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담당공무원들이 학부모와 학생 모두 반대하는 원격수업이라는 괴물을 당사자 의견 수렴도 없이 확정해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건강장애 학생들의 학부모 모임인 ‘꿈사랑 학부모회’는 워크숍 당일인 24일 5쪽짜리 ‘건강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부모 의견서’를 교육부장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지도교육청인 경남교육청 교육감,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 꿈사랑학교장 등에게 전달했다.

이 의견서에서 학부모들은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 ‘건강장애 학습대책 마련 요구’와 2005년 교육부 국정감사 ‘장기 환아 교육서비스 방치상태’의 대안으로 2006년 특수교육법 개정이 이뤄져 건강장애 학생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됐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법 시행 10년인 오늘날 우리 자녀들의 교육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퇴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학부모들은 이어 “법 개정 초기에는 일선학교와 교사들, 또래집단의 인식 부족 등이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지역교육청 특수교육담당 공무원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건강장애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이 ‘개별적 침해’에서 ‘집단적 침해’로 옮겨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은 교육부에 △건강장애 학생의 현황과 예산에 대한 정보 공개 △원격강의 도입과정에 대한 진상조사와 교육부장관의 답변 △시·도교육청들의 횡포에 대한 조사와 조치 △내년 건강장애 학생 교육계획과 예산계획 제출 △학부모가 참여하는 건강장애 학생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시·도교육청들의 횡포’란, 교육부가 화상수업 지원을 중단하자 시·도교육청들이 이에 편승해 화상수업 축소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사태들이다.

특히, 건강상태에 따라 화상수업과 병원학교, 학교수업을 선택·병행할 수밖에 없는 건강장애 학생들에게 그 중 한 가지만 배타적으로 선택하라는 압박이 학부모들에게 가해졌다. 예를 들어, 병원의 표준치료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간 아이들에 대해 건강이나 학습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화상수업을 철회하는 사태도 잇따랐다.

게다가, 꿈사랑학교에서 화상강의를 받는 학생인데도 지난 2016년 5월 현재 건강장애로 선정되지 못한 장기결석 학생이 301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시·도교육청들에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화상수업을 듣는 학생 수는 2014년 1580명에서 지난해엔 1463명으로 줄었다.

학부모들은 또, 서울시가 운영하던 화상수업 학교인 꿀맛무지개학교가 경기 지역 등의 건강장애 학생들에게 수업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사건에 대해서도 교육당국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건강장애 학생이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에 대한 권리’가 10년 전 법에 명시됐지만,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에 결국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아이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 꿈사랑학교가 주최한 하계수련회에 참석한 건강장애 학생들. 사진제공=꿈사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