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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여인숙 화재참사 교훈은?


... 문수현 (2019-08-22 12:42:37)

지난 19일 새벽, 전주시 서노송동의 한 여인숙에서 발생한 불로 장기투숙자 세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희생자들은 낡고 오래된 여인숙을 주거지로 삼고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곳에서 매달 약 10만원을 선불로 지급하고 숙박하는 이른바 ‘달방’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폐지를 수거하며 생활했고, 다른 1명은 이곳에서 숙식하며 관리를 맡아왔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주거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을 통해 더 이상 “집이 삶을 삼키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거리노숙, 쪽방, 고시원 등 홈리스 상태를 살고 있는 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의 연대체인 ‘2019 홈리스주거팀’은 20일 추모성명을 통해 “이번 참사는 그동안 반복되어 온 불안정 주거 문제가 초래한 죽음이며, 이와 같은 현실을 바꿔내지 못하는 사회와 주거복지 정책이 책임져야 할 죽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작년 1월,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에서 난 불로 주민 한 명이 숨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구의 여관에서 불이 나 여섯 명이 숨졌으며, 같은 해 겨울에 발생한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는 일곱 명이나 되는 인명을 집어삼켰다”면서 “집이 가난한 이들에게 범접할 수 없는 상품이 된 이후 쪽방, 여관, 고시원, 여인숙 같은 ‘아류’ 집들은 가난한 이들을 노렸고, 열악한 것에 비례해 높은 임대료는 거주민들의 목숨값마저 요구하고 있다”고 어두운 현실을 진단했다.

정부도 나름의 대책은 있다. 국토부가 여인숙, 고시원, 쪽방 등과 같은 비적정 주거 거주자들에게 매입 또는 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을 진행하고 있고, 주거복지로드맵(2017.11)과 취약계층·고령자주거지원방안(2018.10)을 통해 이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

이에 대해 홈리스주거팀은 “입주대상의 확대와 생계·주거급여 수급자에 대한 보증금 면제를 제외하고는 아직 이렇다 할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입주신청시 병역과 결혼, 알코올과 질환에 대한 정보, 수입 대비 저축액 비율 등을 신청서 상에 빼곡히 써넣도록 하는, 타 제도에는 유례없는 차별적 제도 운영의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물량 자체가 태부족한 고질적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부 훈령은 ‘기존주택 매입임대·전세임대주택 공급물량의 15퍼센트 범위’로 물량을 정했지만, 집행에서는 아무런 준거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6년 이후 해마다 1천호 남짓한 물량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매입·전세임대주택 물량의 2.5% 수준에 그친다. 특히, 올해 7월 훈령 개정으로 입주대상자가 확대돼 특단의 공급확대 계획이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 참사가 난 전북지역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공급된 주거취약계층 매입·전세임대주택 총량은 고작 36호에 불과하다.

과연 고인들이 생전에 이 제도를 알고 신청했더라도 선정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한편 개정 공중위생관리법(2012.1.10)은 생활형 숙박업 조항을 신설, 이곳에 취사시설과 창문, 객실별 욕실 등을 설치하도록 했지만, 소위 ‘레지던스’라 불리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가난한 이들의 지불능력 훨씬 너머에 있는 게 현실. 결국 주거취약계층은 열악하고 낡은 목조 슬라브조의 건물에 만족해야 하고, 일반 숙박시설의 방 안에 ‘휴대용 버너’를 들이지 않을 수 없다.

홈리스주거팀은 “전국적으로 약 37만 가구(주택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2018)가 열악한 비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며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그곳이 어디든 모든 비적정 주거지에 대한 주거·안전 기준이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운동NGO인 전북희망나눔재단도 22일 논평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단체는 “희생자들은 사회적 안전망 밖에서 벼랑 끝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빈곤노인들이었다”면서 “정부와 자치단체는 이번 화재 사건 전까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에 대해 주거 실태 및 복지수요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특히 “최근 전주시가 폐지 수거노인 실태조사와 함께 주거복지가 필요한 대상들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여인숙과 같은 취약지역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전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취약지역과 소외계층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또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처럼 주거복지가 필요한 이들에겐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최대 14만7000원 현금지원 방법이 있지만, 이걸로는 원룸도 갈 수 없고 여관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자꾸만 주거가 열악한 여인숙과 같은 쪽방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빈집 등의 수리나 다양한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만들어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가난으로 인해 취약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현실적인 주거복지 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