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전라북도 교육청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3학년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전북의 영역별 표준점수는 언어 102.0, 수리가 92.2, 수리나 101.3, 외국어 99.9를 기록했다고 하였다.
이러한 발표를 바탕으로 도내 학생들의 수능 성적은 8개도 권역 가운데 가장 뛰어나며 광역시와 특별 자치도를 포함해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래서 도교육청은 보도 자료를 통해 “부동의 1위”라는 단어까지도 사용했다.그리고 표준점수 평균을 전국 230개 시·군·구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전주(언어 9위, 수리나 14위, 외국어 18위)와 익산(언어 18위), 군산(수리나 18위)이 상위 20위권에 포함되었으며 ,
특히 전주의 경우 상위 20개 지역 중 모집단 수가 가장 큼에도 이와 같은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전북 교육의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언어영역을 기준으로 전주의 일반계고 학생수는 7,798명으로, 서울 강남(6,676명)을 비롯해 상위 20위권에 오른 어느 시군구보다 많으며 1위를 차지한 강원 양구군(207명)에 비해서는 학생수가 37배가 넘는다고 자세한 수치까지 인용하면서 전주 지역 학업 성적의 우수함을 홍보하였다.
여기까지 보면 과연 전통적인 교육도시로서 이름을 날리던 전주의 모습이 평준화가 실시된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여 자랑스럽고 기쁘다. 그래서 김승환 교육감도 분석의 쾌거를 보고받고 “정말 기쁘고 우리 학생들이 자랑스럽다.”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리(가)의 성적이 부진한 것은 도내 국립대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리(가)를 대거 선택하면서 전반적으로 표준점수가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면밀하게 분석을 하였다. 실제로 수리(가)의 선택 비율은 전국이 23.4%인데 비해서 전북의 경우에는 35%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수능 성적에 대한 치밀한 분석에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하나 누락되어있다. 아니 고의로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전주의 교육은 1위를 차지한 강원도 양구군보다 학생수가 37배가 넘는다고 자세한 분석을 하였다. 그런데 인구가 적은 강원도 양구는 어떻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까 언론을 통해 분석한 결과 양구에는 강원외국어고등학교가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140명의 학생이 수능 시험을 치렀고 이들의 성적에 의해 양구군 전체의 성적이 수직 상승하게 되었다. 양구군에는 이외에 2개의 학교가 더 있지만 이들 학교의 성적은 극히 부진하여 통계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은 양구군의 성적은 강원외국어고등학교의 성적인 것이다.
주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지역 전주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주상산고등학교(이하 상산고)가 위치하고 있다. 이번에도 수능 1, 2 등급 비율로 분석해 보면 상산고는 용인외국어 고등학교에 이어 전국 2위의 성적을 차지하였다.그럼 이러한 상산고가 전주 지역 나아가 우리 전라북도 수능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일까? 이제 서서히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자사고인 상산고 뒤에 숨어 마치 전북 교육의 성적이 거둔 성과인 것처럼 홍보하는 그런 유치함을 이제는 벗어나야하고 진실을 그대로 숨긴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켜 그 피해는 우리 학생들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물론 상산고가 우리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전주 나아가 전라북도의 성적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산고는 광역단위 모집이 아니라 전국단위 모집학교이며 전북지역 출신학생 비중은 적다.
2013년도 전주시내에서 수능시험에 응시한 학교는 모두 23개로 언어영역 기준 응시 학생은 9,562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산고 학생은 6.7%인 638명이었다. 그런데 전체 6.7%에 불과한 상산고 학생의 성적이 전주시내에 성적으로 기여한 공헌은 혁혁하다 못해 나머지 학교들에게 커다란 좌절감만을 부여하는 수준이다.
즉 언어 1등급에서의 비율은 전주지역 전체 723명 가운데 296명으로 40.9%에 이르고 있다. 수리(나)는 454명 가운데 165명으로 36.4%, 외국어는 656명 가운데 366명으로 무려 55.8%에 달하고 있다. 그럼 우리 전라북도가 가장 취약하다고 하는 수리(가)의 경우는 어떨까? 수리(가)는 245명의 1등급 학생 가운데 상산고 학생은 177명으로 그 비율이 무려 72.2%에 달하고 있다.
그러면 상산고가 전라북도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물론 약간의 차이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전주시와의 비교 수치에서 차이가 크게 발생하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전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 대비로 볼 때 상산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증가하고 있음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마치 한국 경제에서 삼성과 현대라는 양대 재벌이 흔들리면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혼돈에 빠지는 것처럼 만약에 상산고의 성적이 하락한다면 전라북도 전체의 성적도 하락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교육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도교육청에서 비교 대상으로 하고 있는 광역 대도시를 제외한 8개 지역 가운데 강원도, 경상북도, 전라남도에도 물론 자립형 사립학교가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는 자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 지역의 상산고처럼 높지는 않다. 우리 전북과 가장 쉽게 비교가 가능한 전남의 경우 광양 제철고라는 자사고가 있다. 그리고 전남 지역은 전주와 같은 큰 규모의 도시도 물론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양제철고가 전남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낮지는 않지만 우리 지역처럼 그 비율이 높지 않아 편중 현상도 약하고 따라서 교육 환경에 있어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인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전북 교육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이와 같이 소위 극상위권 학생들만을 기준으로 한 비교 분석을 좋아하지도 않고 또 이것을 교육의 본질이라고도 절대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러한 분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전북도교육청이 문제점을 숨기고 전북교육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여 외형적인 전북 교육의 성과에만 집착하여 선전 홍보하는 모습이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사실을 전주시민과 전북도민들에게 알리고자하기 때문이다.
전북도교육청 김승환 교육감이 자사고 및 특목고 중심의 교육을 배격하고 또 그 실천에 가장 앞장섰다고 자처하면서도 해마다 자사고의 성과에 숨어서 숫자로 나열되는 입시 성적을 홍보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이자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가족과 도민들을 속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진보교육감으로서 자격상실이다. 진정으로 전북교육의 발전을 위하는 것이라면 교육감이 지난 3년간에 상산고의 자사고 전환과 최악의 수준으로 전락한 비균형적인 구조의 전북 교육을 개선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상산고라는 자사고를 제외한 서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중소기업과 같은 위치에 있는 순수한 일반계 고등학교가 발전하는 모습이 우리 전북도민들의 진정으로 바라는 전북 교육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 전북교육공동연구원 2013년 7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