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활동을 권장하기 위해 만든 학생회 회칙이 여전히 비민주적인 조항들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자치활동을 권장, 보호하기 위한 교원의 역할도 숙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민주당)이 ‘청소년 정치적 권리 내놔라 운동본부’와 함께 서울·경기를 포함한 10개 시도에 소재한 140개 고등학교의 학생회칙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서울·경기 각 30개교, 강원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인천 전북 충남 각 10개교).
분석 결과 대부분 학교 학생회의 위상은 학교장 및 교사 등에 의해 통제를 받는 하위조직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학생회장 및 부회장 등 임원 선거에서 74%의 학교에서는 징계 여부에 따라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성적에 따라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학교도 13곳으로 9%를 차지했다. 또한 학생회장 등 임원에 입후보하면서 반드시 교사 추천사를 받아오도록 규정한 학교가 63곳으로 45%나 됐다. 회장이나 부회장에 당선되더라도 학교장의 결재(승인)이 있어야 학생회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한 학교가 53%로 절반이 넘었다.
이렇듯 학생회장은 학생들에 의해 선출되기 전부터 각종 진입 장벽과 맞서게 되고, 당선되더라도 학교장 승인 과정을 통해 사실상 임명되는 형식을 띠었다. 결국 학생회라는 조직의 자율성과 자치적 성격은 학생회 구성 단계부터 크게 훼손된다.
나아가 학생회장이 집행부서의 명칭과 역할을 변경하거나 조정할 수 없는 학교가 91%나 됐으며, 심지어 집행부서장을 학교장이 임명하는 학교도 44%나 됐다. 또한 77%의 학교에서는 학생회 회원의 정당이나 사회단체 가입을 제한하고 있었으며, 학생회가 학교 운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학교도 67%나 됐다. 특히 학생회가 활동이나 업무 집행에 있어 지도위원회나 학교장의 승인 또는 감독을 받아야 하며(76%), 대의원회나 운영위원회 회의를 하려고 해도 안건과 회의소집에 대해 지도위원회나 학교장에게 사전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는 학교(75%)도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처럼 대부분 고등학교 학생회가 회의소집도 자유롭게 못할 정도로 운영상 자율적 권한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학생회장이 징계로 해임될 경우 대의기구의 동의절차 규정이 학생회칙에 포함된 고등학교는 4%에 불과했다. 또한 84%의 고등학교 학생회는 학생회칙의 개정 권한조차도 갖고 있지 못했으며, 심지어 회칙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하는 학교도 57%나 됐다.
유은혜 의원은 “여전히 대부분 학교가 학생회를 자치기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자치활동이 왜 필요하고 교원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현장에서 근본적인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학생회 법제화를 통해 학생회의 위상과 권한을 정하는 국회와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