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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서 열린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 혁명의 기념방식과 그 의미 조명


... ( 편집부 ) (2024-10-26 2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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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와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25일 완산도서관에서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기념해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 혁명의 기념공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혁명 기념 방식을 조명하며 혁명의 의미를 되새기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전주는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을 열며 혁명과 예술을 결합한 행사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재조명해 왔다.

이번 포럼에서는 프랑스 혁명을 조명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방문한 목수정 작가가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프랑스혁명의 기억과 기념: 2024 파리 올림픽을 사례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무심하던 파리 시민들이 개막식에서 프랑스혁명의 장면을 떠올리며 열광적인 청중으로 깨어났다”며, 이번 올림픽 개막식이 파리 시민들에게 잊혀가던 혁명의 정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포럼은 동학농민혁명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재단이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다. 남아공 넬슨 만델라 재단의 잔딜레 미예카 큐레이터는 만델라의 정신과 동학농민혁명이 지닌 정의, 평등, 화해의 의미가 21세기 시대적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예카 큐레이터와 함께 발표를 맡은 프랑스 보르도 몽테뉴 대학의 레미 뒤틸레 교수는 영국과 미국의 혁명 기념물과 기념 공간을 분석하며 “혁명조차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기념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는 전주의 방식이 혁명의 진정한 가치를 보존하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 평가하며, 한국의 기념문화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의 제임스 크라플 교수는 ‘우리가 혁명을 기념할 때 무엇을 기념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혁명이 과거의 의미체계를 넘어서는 초월적 경험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념이 단순한 기억의 차원을 넘어, 현재의 제도와 관행이 혁명의 정신에 부합하는지 성찰하게 한다고 말했다. 크라플 교수는 특히 중유럽에서의 기념 방식이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음을 지적하며, 혁명 기념이 사회에 남기는 영향을 되짚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임영선 가천대학교 명예교수는 정읍 황토현의 농민군상을 설계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상징물 제작에 담긴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친일 작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전봉준 동상이 오랜 세월 홀로 서 있다가 동학농민혁명 군상으로 교체된 배경을 이야기하며 “기단을 낮게 설정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작품에 다가가 만지고 느끼도록 한 것은 역사를 체험하고 소통하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이번 포럼은 동학농민혁명을 비롯해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세계 각국의 혁명을 다시 조명하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혁명의 가치를 어떻게 계승하고 지속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전주가 혁명을 기념하고 동학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2021년 ‘혁명문학과 영화’를 시작으로, 2022년 ‘혁명의 음악과 노래’, 지난해 ‘혁명의 미술’을 다룬 데 이어, 올해 ‘혁명의 기념물과 기념공간’을 주제로 진행됐다. 전주시는 내년 포럼에서 다시 ‘혁명문학과 영화’를 주제로 기념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