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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학 유착 중심에 고위공직자 재취업 비리


... 문수현 (2013-12-31 12: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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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주, 2급 이상 교육부 출신 고위직 공무원이 퇴직한 뒤 2년간 사립대 총장으로 재취업할 수 없도록 ‘교육부 공무원 행동강령’을 1월중 개정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10일 국무조정실이 교육부 고위 공직자가 퇴임 직후 총장으로 취임해 로비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취업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그 동안 일부 교육부 출신 고위 공직자가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대학 행정에 활용하고자 퇴직 후 사립대학의 총장으로 취임했다”며 “하지만 정부와의 유착 및 전관예우 우려 등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행동강령 개정을 통해 “교육부 출신 공직자의 대학총장 취임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업무 공정성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조치는 퇴직공무원 재취업 실태에 비추어보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 퇴직공무원 재취업 관행은 ‘사립대’와 ‘총장’, ‘2년 이내’, ‘2급 이상’ 등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두 명의 국회의원이 각각 교육부에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를 요구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리사회의 전관예우 관행은 법조계 뿐 아니라 교육계와 문화체육계에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0년 이후 교육부 퇴직공무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37명이 퇴직 후 대학 등 업무와 유관한 기관에 재취업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9명은 퇴직한 다음날 새 직장에 출근했다. 교육부 재직 중에 이미 재취업이 확정됐던 것이다.

재취업한 37명 중 대학교수가 된 경우는 17명이었다. 대학 총장이 3명이었고 대부분 사립대 교수였으며 국립대 교수도 있었다. 재취업자 중에는 한국장학재단 이사, 한국전문대학교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한국고전번역원 본부장,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등으로 이동한 경우도 있었다.

한편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제출받은 ‘2010~12년 4급 이상 교육부 퇴직공무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퇴직자 35명 전원이 의원면직 또는 명예퇴직자였다. 정년을 다 채우지도 않고 스스로 그만둬 소관기관 또는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것이다.

이처럼 교육부 퇴직 고위 공무원들이 피규제기관인 대학의 총장, 교수 등으로 재취업함으로써 국가기관에 대한 로비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교로서는 교육부 출신 인사를 영입함으로써 일종의 안전장치 효과를 기대하기까지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동강령 개정이 “대학 구조조정 본격화를 앞두고 일부 사립대들이 퇴직 공무원을 앞세운 로비에 나설 수 있어 이를 차단한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착비리 지적을 인정한 발언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무위원과 국회의원, 4급 이상 공무원은 취업제한대상으로 분류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며, 퇴직 후 유관기관 취업도 제한된다. 즉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자본금과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는 1차적인 제한 대상이다.

하지만 대학과 재단법인 등은 사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재 다른 부처 공직자들이 퇴직 후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재취업이 적정한지 여부를 심사받는 것과 달리 교육부 공무원들은 심사도 받지 않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행동강령이 교육부 공무원에게만 해당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받는다. 다른 부처 공무원이 교육부 유관기관으로 재취업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고, 퇴직 공무원들에게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교육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도 심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립대도 재취업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 등이다.

김재훈 KDI 연구위원은 “국가기관에 대한 로비창구로 퇴임공직자가 활용되는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는 폐쇄적 인사구조를 바탕으로 한 공직의 전임자와 후임자 간 긴밀한 인맥관계에 있다”며 재취업과 관련한 부패문제를 축소시킬 방안의 하나로 ‘부처별 개방형 공직임용과 민간경력채용 대폭 확대’를 들었다(KDI 보고서 「공직부패 축소를 위한 공직임용제도의 개방성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