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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계약 끝나면 조용히 물러나야?


... 문수현 (2014-01-06 23:13:31)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6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학교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김 교육감은 한 달 전에도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폄훼성 발언으로 반발을 샀다.

김 교육감은 6일 오전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클래스 전문상담사와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를 대량 감원한 것은 가혹한 처사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법치사회, 민주사회에서 계약서는 왜 쓰겠느냐”면서 “일단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때부터 정년이 보장돼야만 하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도교육청은 그 사람들이 원할 때까지, 끝까지, 계속 신분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는 거냐?”고도 말했다. 김 교육감은 언론사의 경우에 빗대 “어느 방송사나 신문사에서 비정규 직원 10명을 썼다가 회사 정책이나 재정 여건상 안 되겠다 싶어 계약서에 쓰인 대로 10개월 만에 계약을 만료시켰다면 그게 부당한 대량감원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그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한 건 아니었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 “계속 계약을 하고 또 하는 건 사실상 정규직화로 보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렇다면 계약서는 왜 쓰는 거냐?”라고 다시 강조했다. 비정규직노동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9개월에서 11개월 근로계약을 맺는 현실을 외면하는 듯한 발언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마치 전북교육청이 비정규직에 대해서 굉장히 잔인한 정책을 쓰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서에 쓴 기간이 지나 계약이 종료되었을 뿐 감원, 더구나 대량감원은 아니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해고’는 더욱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초 ‘해고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던 전북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이 김 교육감이 페이스북에 쓴 글을 문제 삼기도 했다. 당시 김승환 교육감은 페이스북에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교사에 반대하는 글들을 올렸다. 문제가 된 건 반대 이유였다.

김 교육감은 “‘나는 전문성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갖추었다, 그리고 나는 나다, 라는 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것도 교사 자리라고 지원하겠습니까?”라고 물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뭔가 하나라도 걸쳐 놓고 보자, 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이 자리로 몰려오게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이어 “일단 들어오면 그걸로 모든 상황은 끝이다. 그들은 적절한 시기에, 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이 정치적으로 수많은 계산을 해야 하고 정치적으로 취약한 시기에 집중적인 투쟁을 하게 된다”며 “외부노동운동단체들은 곧바로 연대를 하고, 그들의 입에서는 생전 처음으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는 노래가 힘차게 울려나온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또 “당연히 교원노조나 교원단체에 가입해 든든한 배경세력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근로조건 개선하라, 전일제로 근무하게 해 달라, 기존 교사들과 차별을 철폐하라는 투쟁구호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어진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감수하고 일하라는 말로도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역시 전문상담사들이 파업 중이던 11월말에도 김 교육감은 페이스북에서 “일단 약속이나 계약이라는 형식을 빌어 발을 들여놓은 다음, 그 뒤부터는 그래 어쩔 테야 하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고, 약자라는 프레임을 걸어 밀어붙이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곳저곳에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자신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진면목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며 독설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상담사는 “교사가 아니면 다 질이 낮고 자존감이 낮은 인력이라는 말이냐?”며 “우리는 그냥 무시해도 좋을, 질 낮고 자존감 낮은 존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은 “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노동자”라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김 교육감 말 속에서 아이들보다는 교사집단의 이권 보호만 느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뭔가 하나라도 걸쳐놓고 보자’는 게 교육감이 생각하는 일반인이라면 국민을 정말 저열한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파업 중이던 전문상담사들은 김 교육감이 쓴 글들에 댓글을 달아 ‘소통’을 요구했지만 김 교육감은 이들의 댓글에는 일체 응답하지 않았다. 전문상담사들은 김 교육감의 글이 비정규직노동자를 폄훼하고 있다며 문제 삼았고 얼마 뒤 김 교육감은 관련 글들을 모두 삭제했다.

한편 계약서에 적은 기간이 만료되면 법적으론 그만이라는 김 교육감의 논리에 반하는 판례도 있다. (전문상담사와 같은)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기간 만료가 곧 근로계약 종료를 의미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그 기대권에 반하는 사용자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오히려 부당하며 무효라는 것이다. 이른바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2년 전 대법원 판례다.

정치권과 교육부도 전문상담사를 비롯한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고용불안 감소를 위해 신경을 썼다. 전북 전문상담사 파업이 계속되던 11월 29일 교육부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교섭에서 “전문상담사는 상시고용직으로, 730당정청 협의안대로 1년 이상 상시지속되는 업무 종사자는 근로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평가절차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것. 당시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에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라는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시의회, 국회의원 등 여러 방면으로 전문상담사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금자) 관계자는 “김승환 교육감이 지난 2년간 위클래스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약속했기에 한때 신뢰하고 있었다”며 “법, 교육,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전문상담사 관련 김승환교육감의 페이스북 글



비정규직 전문상담사 관련 김승환교육감의 페이스북 글

*이외에도 논란이 되었던 많은 캡쳐 이미지가 있지만 기사에 인용 되었던 캡쳐 이미지만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