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현직 고위간부가 ‘전원복직’ 요구중인 스포츠강사들을 교육청으로 불러 재선을 준비하는 김승환 교육감의 북 콘서트 행사에 불참할 것을 종용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임용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사실이 확인돼 파란이 예상된다.
당사자가 공공기관인 지방교육청의 현직 간부인 데다가, 고용관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볼모로 한 것이어서 사태가 쉽게 무마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환 교육감의 북 콘서트 이틀 전인 20일, 전북교육청 스포츠강사 사업부서 총괄책임자가 스포츠강사 3명을 교육청으로 불러 북 콘서트(‘김승환의 듣기여행: 경청’) 행사장에 들어가지 말 것을 수차례 종용했다. 이 자리는 공무원들의 공식 업무시간인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이어졌다.
스포츠강사들은 행사 참가는 자유라며 교육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해당 부서장은 목소리를 높이며 “행사 참가는 여러분 자유지만 불이익은 감수하라”며 “분명히 얘기하건대 (신규채용에 이미 합격한 강사들의) 임용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대해 스포츠강사들이 다시 “엄정한 선발기준에 의해 채용했다고 말하면서 왜 임용취소를 얘기하느냐”고 하자 부서장은 “분명히 얘기하지만 우리 정책에 따르지 않고 계속 나가면 여러분들하고 같이 갈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행사 당일 스포츠강사 40여 명은 행사장 건물 밖에서 1인 피켓 시위와 함께 유인물을 배포했다. 또한 4시부터 6시 30분까지 진행된 본 행사에 참석했지만 전북교육청이 우려한 돌발 발언 등은 없었다.
이에 앞서 스포츠강사들은 북 콘서트 사흘 전인 19일 회원들에게 “특별계획이 있으니 행사에 참여해 착석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전북교육청 해당과의 장학관은 다음날 스포츠강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강사 3명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할 이야기가 있으니 교육청으로 들어오라”고 요청했다.
또 다음날인 21일 저녁에도 해당부서 장학관이 전화를 걸어 “교육감의 개인 행사이고 별의별 사람들이 다 오는 자리인데 굳이 스포츠강사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얘기하지 않는 게 어떠냐”며 “행사장에는 들어가지 말아 달라”고 계속해서 종용했다.
한 스포츠강사는 “교육청에서 불렀을 때 해고된 강사들의 지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기대했는데, 고용관계의 약점을 이용해 협박할 줄은 몰랐다”며 “교육당국의 부서장이 임용취소를 무기로 우리의 양심과 자유를 짓밟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강사는 “북 콘서트 행사이기 때문에 독자와 대화시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비정규직을 내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싶었다”며 “일체 청중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아 속만 태우다 나왔다”고 말했다.
스포츠강사들은 해당 부서장에게 직권남용과 협박 등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형사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전북교육청은 스포츠강사들이 근무하는 일선학교에 전화를 걸어 당일 스포츠강사가 전북교육청 앞 집회에 참가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