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전주에선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사업주들이 장기간 직장폐쇄로 맞섰다. 노사가 팽팽히 맞서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으면서도 정작 사태의 전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최근 법원이 당시 사태와 관련된 소송에서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당시 사업주들의 직장폐쇄를 “쟁의 노동자들의 조직력과 자금력을 약화시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침해한 행위이자,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로 용인될 수 없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제6민사부(김상곤 부장판사)는 지난달 말 판결에서,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전주 시내버스 5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파기하고 “피고들은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에 대해 시내버스 5개사가 상소를 포기하면서 이달 초에 판결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했고 그 내용 또한 정시 출근, 연장근무 거부 등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의 형태에 그쳤다”며 “그럼에도 피고들은 시간을 두고 대화를 통해 원고와 임금협상 등을 시도하지 않은 채 원고가 쟁의행위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이후 적극적인 근로제공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협상을 요청했음에도 피고들은 쟁의행위 기간(5일)에 비해 지나치게 장기적인 83~84일간 직장폐쇄를 유지했다”면서 “특히 △△여객, ○○고속은 원고의 단체교섭 청구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받고도 교섭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객의 경우, 노조본부장으로부터 총27회에 걸쳐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해 노동조합법을 위반했고, 그 이유로 벌금명령을 받아 확정되기도 했다.
시내버스 사업주들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명분은,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공운소노조연맹 산하에 있던 노동조합이 당시 구 노동조합법상 복수노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전주지방법원은 사업주들의 직장폐쇄 1년여 전에 이미 “복수노조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상황이었다.
한편 사업주들은 조합원들의 업무복귀 선언에 대해,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개별 조합원에 대해서만 업무복귀가 가능하다면서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그 과정에서 노조의 조합원 수는 650명에서 413명으로 237명(약38%)이 감소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전후의 정황을 살펴보면) 이 사건 직장폐쇄는 원고의 조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차후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어 “다만 지속되는 파업 등 다른 요인들도 조합원수 감소의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이는 점과 2013년경 노조와 버스회사들 사이에 단체교섭이 성립한 점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1000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2012년 3월 7일,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전주시청 앞에서 열었다. 사진제공=민주노총전북본부)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2010년까지 한국노총 산하 전북자동차노조에 가입해있었다. 그 후 일부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기 시작했고 사업주에게 지속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단체협약 체결은 지연됐고, 5개사 조합원들은 투표를 통해 91.88%의 찬성률로 2012년 3월13일부터 5일간 쟁의행위에 돌입해,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7시에 퇴근하는 이른바 준법투쟁을 벌였다.
이에 대해 시내버스 회사들은 쟁의행위 참여 조합원 650명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단행해 80여일 동안 유지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버스회사들을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노조는 이에 앞서 회사들을 상대로 직장폐쇄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내 지난해 5월 승소하기도 했다.
전주시내버스 완전공영제 실현 운동본부는 13일, “지난해부터 법원은 일관되게 2012년 시내버스 사업주들의 직장폐쇄에 정당성이 없다고 판결해왔다”며 “직장폐쇄로 인한 버스 결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전주시가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이날 전주시에 공문을 보내 △버스회사가 위법하게 저지른 시내버스 결행에 대한 행정처분(과징금, 운행정지) △당시 투입된 전세버스 운영비용 4억4500만원을 버스업체에 청구할 것 △버스회사 봐주기 행정을 시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