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티브로드, 명절 앞두고 대량해고... ‘일반해고’시대, 우리의 일상적인 미래가 될 수도 있다."
티브로드 전주센터를 운영하던 지성통신은 1월 25일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업체 변경을, 1월 29일에는 전원해고를 통보했다. 신규업체로 내정되어있는 (유)구이앤금우통신은 기존의 노동자와 노동조합과는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신규 채용공고를 냈다.
(유)구이앤금우통신이 내건 신규채용 조건은 법정 최저임금(시급 6,030원× 209시간(법정근로시간)= 1,260,270원)에 불과한 월 130만원에 3개월 초단기 계약직이다. 또한, 기존 노동자들에게는 2월 10일까지 이력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신규채용 공고에는 2월 12일까지 이력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기존 노동자들을 선별 채용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였다.
케이블·통신 사업자 티브로드는 각 지역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통신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왔다.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도급, 실적 강요 등으로 인해 과도한 노동 강도와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려왔다. 이로 인해 2013년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다단계 하도급 금지와 생활임금·고용안정을 원·하청 사업주에 요구해왔고, 2014년에는 원-하청 노사상생협약을 맺었으며 사업주는 고용안정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업체 변경을 빌미로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를 한꺼번에 내몰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2월 5일, 티브로드 원청 사업부장과의 면담을 통해 고용승계를 촉구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이에,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설 명절 내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인시위 및 선전전과 집회투쟁을 진행하였다. 2월 12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장의 주선으로 원청업체와 신규업체를 면담하였으나, 고용거부입장만을 확인하였다. 이에,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소속되어있는 희망연대노조와 민주노총전북본부는 2월 15일 고용승계쟁취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이후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티브로드 대량해고 사태는 간접고용 하청 체계가 내재하고 있는 불안정 고용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업체가 변경되더라도 티브로드 전주 기술센터의 현행 업무는 변경되지 않는다. 티브로드 하청 노동자들은 이미 지금도 장시간,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티브로드 원하청에는 기존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거부할 어떠한 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2월 5일, 노동부 전주지청장과의 면담에서 지청장도 또한 “기존에 고용되어있던 노동자들이 계속 고용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통상적인 방법이며, 고용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량해고 사태가 이제는 간접고용사업장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월 22일, 사용자 맘대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지침과 함께 발표된 일반해고 지침 때문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월 2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 각각 일반해고·취업규칙과 관련된 『공정인사 지침: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을 위한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 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개정안 등 2대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가이드북』은 ①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 운영 ②근로계약 해지의 절차와 기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정부는 업무능력 부족이나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 해고를 정당화하고 있다. 즉, 해고 사유에 따라 해고 유형을 통상해고, 징계해고, 경영상해고로 구분한 뒤, 통상해고를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계약상의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통상해고에 해당하는 사례의 하나로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해고’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통상해고 개념 정의는 법리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기반하고 있다. 법원은 업무능력 결여나 근무성적 등을 이유로 한 해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회사가 노동자를 해고하는 방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로 두 가지뿐이며, 요건이 명확하고, 제한적이다.
하지만, 정부지침은 사용자로 하여금 평가만 거치면 언제든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일반해고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정부지침은 일반해고의 전제조건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평가는 애당초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즉, 사용주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또는 민주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특정한 사람(들)을 찍어 저성과자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해고가 만연될 수 있다.
실제, KT등 기업에서도 저성과자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직원들이 퇴출을 강요당한 바 있으며, 이 중 노동조합 관련 활동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하지만, 명확한 불법이라 하더라도 노동자가 법적으로 대응하여 이를 바로잡는 것은 많은 인내, 굳은 의지, 회사측의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일선근로감독관이 참고하는 기준인 지침이 발표된 마당에 자본의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와 해고 위협으로 인한 근로조건 악화는 훨씬 가중될 수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9월 16일,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5대 노동개악법안(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마저 국회를 통과한다면, 명실상부한 “자본천국, 노동자 지옥”, “해고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 수는 고용노동부 2015년 12월 추산 사업체 종사자 수 1615만 7천명에 특수고용직 230만을 합쳐 1845만 7천명이다. 평균 부양가족 수(1.35명)까지 포함하면 노동자가족까지 4,337만명이다. 이는 2015년 한국 인구 5,030만명의 86.2%에 해당한다. 즉, 노동자의 문제는 한국의 절대다수 구성원에 해당하는 문제다. 즉, 노동자가 불행하다는 것은 한국의 절대다수가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재벌들이 주도하고 있는 5대개악입법 청원서명에 동참하고 있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86.2%의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법안이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니,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